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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돌아 가는 길 -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아름답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 보다는
휘어청 굽어진 강줄기가 더 정겹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 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하지 마십시오.
돌아서지도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곧은 길만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 길이 아닙니다.
굽이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이 될 수 있으니
서둘지말고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사진 - 아이리스
2010. 08. 08 - 무창포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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