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숙원사업의 하나
드디어 3년 숙성된 매실을 거르고
몸살 날 뻔했습니다..^^
광양 사는 큰 시누가
친구가 집에서 따다 준 매실로 담갔다며
신랑 편에 보내준 홍매실 한통
여기 저기서 보내준 매실 엑기스가 많아
묵히다 보니 3년이 지났더라구요
3월을 맞이하며 봄맞이 베란다 대 청소하는 김에
매실 액기스를 거르기로 했어요
(처음부터 사진을 찍지 않아 매실 통이 가득 찬 모습 사진은 없어요)
매실액 투명한거 보이시죠~?
매실 통을 들어내기 힘들어
꼭지 달린 냄비에 담아 조금씩 옮겼는데
오랫동안 묵어서 그런지 색도 맑고 투명하더라구요
그동안 매실을 거르기 위해
매실 담을 통은 미리 준비 해둔 상태라
깔때기를 꽂고 쪼르륵~따라 넣기만 하면 끝
베란다에서 주방으로 왔다리 갔다리
위에 맑은 부분만 떠서 담아보니 5병이 나왔어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매실 엑기스 거르기에요
매실 엑기스를 거르기 위해
커다란 대야와 걸러낼 바구니를 준비하고
통에 남은 매실을 들이부었어요
이렇게 힘을 써야하는 날은 꼭 힘쓸 사람이 없네요~-..-
바구니와 대야 사이즈가 너무 딱 맞더라구요
가운데 뭔가 받칠만한 걸 찾다가
작은 바구니를 넣어 공간을 확보해 주었어요
30분 정도 걸러낸 것 같아요
매실이 잠겨 있던 부분도 양이 꽤 나오더라구요
확실히 떠서 담은 맑은 윗부분 보다는
걸러낸 매실 엑기스가 탁하더라구요
2리터 생수병 2병 조금 안되게 나왔어요
맑은 매실 엑기스와 구분하기 위해
생수 라벨을 떼지 않았어요
문제는 쪼글쪼글 나를 유혹한 매실~
그동안 담궈왔던 매실과 달리
3년을 숙성을 시켰는데도 매실이 물러지지 않고
쪼글쪼글 살아있지 뭐에요
엑기스를 걸러냈어도 진액을 머금고 있는 매실
무심코 이 쪼글쪼글한 매실 하나를
입안에 넣은 게 화근이었어요
맛보질 않았으면 그냥 버려졌을 운명이었는데
결국 주방에 판을 깔고 말았거든요
무심코 매실을 손가락만 이용해 씨를 빼려다
매실 엑기스를 머금은 매실 물총 세레만 받아
결국 가위를 이용했어요
매실 씨 빼내는걸 너무 쉽게 생각했지 뭐에요
매실이 너무 말랑 거리는 건 버리고
너무 쫄글거려 발라내기 힘든 것도 버리고
가위로 잘라 손으로 빼낼 수 있는 것만 골라서
씨를 발라냈는데도 손이 아파 더 이상은 무리였어요
가위질로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씨 빼내느라 무리한 손가락은 덜덜덜~
아깝지만 남은 매실은 버릴 수 밖에 없었어요
욕심을 부린 덕분에 많은 매실 장아찌를 얻어냈지만
삭신이 쑤시고 온 몸이 아프더라구요
그동안 어머님과 엄마가 보내준
매실 장아찌만 먹어 보았지
매실을 까 본 적이 없어 매실 까는 게
이렇게 중노동이라는 걸 몰랐네요
매실을 통에 담아 보니 흐믓~
한동안은 실컷 먹을 것 같았요
매실 장아찌를 건저 낸 후
남은 매실 엑기스에는 찌꺼기가 많아
체에 거른 다음 빈통에 담았어요
매실 장아찌에서 나온 매실 엑기스
앞으로 3년은 끄떡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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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은 씨에서 독성이 나오기 때문에
담근지 100일이 지나면 걸러야 한다고 하는데
1년이 지나면 씨의 독은 사라지기 때문에
괜찮다고 해서 베란다에 두었었거든요
베란다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매실 통을 볼 때마다
저걸 빨리 걸러야 하는데~하면서도
계속 미루고만 있었는데
거르고 나니 속이 시원하네요
덕분에 봄맞이 베란다 대청소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어요
3년 묵은 매실 엑기스는 보약으로
향도 좋고 맛도 좋다고 하는데
홍매실이라 맛있고 향도 더 좋더라구요
매년 큰 시누가 매실 담가준다는걸
괜찮다며 거절 했었거든요
빈 통은 신랑 편에 다시 광양으로 보내야겠어요..^^
사진 - 아이리스
2021. 03. 01 - 매실 엑기스 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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