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를 품은 파래 들깨 손수제비, 엄마의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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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를 품은 파래 들깨 손수제비, 엄마의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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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만들어주신 들깨 손 칼제비

 

날씨가 서늘해지자 수제비 생각이 나서

엄마한테 수제비가 먹고 싶다고 했다

  방울이 산책하면서 엄마네 가보니

 말린 파래를 넣어 반죽하셨다며

밀가루 반죽을 보여주셨다

이렇게 반죽을 비닐에 넣어 하루 숙성시키면

더 쫀득해진다면서~

 

다음날 엄마한테 수제비가 다 되어가니

와서 먹으라는 전화가 왔다

현관문을 열자 퍼 저나 오는 들깨 향~

집안은 들깨 향으로 가득했고

가스레인지 위에서 수제비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분명 수제비를 하셨다고 했는데

내 눈에는 칼국수가 보였다

엄마~수제비야 칼국수야~하고 물으니

반죽이 찰지고 좋아서 칼국수도 밀었단다

 

다시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끓인 거라

국물이 맛있을 거라며 장담을 하신다

 

수제비가 먹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탄생된 엄마의 들깨 손 칼제비다

 

먼저 국물을 먹어 보았다

엄마가 시골에서 갈아온 들깨라

확실히 진국이었고

구수한 들깨 맛 속에 바다향이 묻어났다

 

손으로 뜯어 넣은 수제비는 쫄깃했고

 

엄마~뭐이리 두꺼워~

우동이야 칼국수야~하며 웃었지만

떡볶이보다 얇고 가락국수보다 굵고 짧아

칼국수 같지 않은 칼국수도 쫄깃했다

 

수제비에는 다른 반찬 필요 없이

무김치랑 배추김치만 있으면 되는데

몸에 좋은 거라며

말린 고구마 줄거리 볶음도 하셨다

 

평소 양보다 많이 주셔서 배가 불렀지만

 

엄마의 정성을 생각해서

국물까지 깔끔하게 먹어 치웠다

 

엄마는 늘 내게 뭔가를 먹이고 싶어 하신다

엄마한테 가면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먹이지 못해 안달이고

울집에 올 때도 빈손으로 오지 않고

항상 바리바리 싸들고 오신다

 

우리 집에 와서도 가만있질 못하고

눈에 보이는 뭔가를 한다

나는 또 엄마가 힘들까 봐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언성을 높이게 된다

 

서로를 걱정하는 부모 자식 간에

뭐가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게 칼제비를 해주고

좋아하시는 엄마를 보니

가끔은 엄마에게 소일거리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 - 아이리스

2021. 10. 14 - 엄마의 손수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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