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식과 함께 찬바람이 불었던 봄날
올림픽공원 몽촌호 수변무대에서
연보랏빛 등나무꽃을 담았다
연두 연두 이쁜 봄
등나무꽃 피는 시기가 아닌데
야간 산책 시간에 꽃이 핀 모습을 보았기에
몽촌호 수변무대 뒤편에 있는 등나무를 찾아 나섰다
올림픽공원 몽촌호 첫번째 수변무대 뒤편 등나무다
이곳에 등나무 그늘이 있는걸 알았지만
매번 그냥 지나지다 올해는 맘 먹고 찾았는데
아쉽게도 등나무 덩굴에는 꽃보다 잎이 더 무성했다
수변무대 건너편에 하얀 이팝나무가 보였다
넌 나중에 이뻐해주마~^^
국기광장을 지나 올림픽회관 아래 있는
두 번째 수변무대를 찾았다
다행히 이곳은 끝부분에 등나무꽃이
포도송이 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삼삼오오 모여 등나무 그늘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나도 하얀 의자에 앉아 4월의 향기를 즐겼다
늘 다양한 공연장으로 변모했던 수변무대다
이곳에서는 버스킹 공연부터
야간 공연까지 다양한 무료 공연으로
산책시간에 잠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 잠정적인 휴식기간이다
어느덧 몽촌호에도 물이 차올랐고
녹음이 우거지고 있었다
건너편에 모델 사진 찍는 진사님을 보니
부럽 부럽...
등나무 그늘에 앉아 쉬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등꽃을 담기 시작했다
새롭게 피어나는 녀석도 있었고..
제 몫을 다하고 빛을 잃어가는 녀석들도 보였다
연둣빛 잎 사이로 보이는 보라색 꽃
초. 중. 고부터 학교 운동장 스탠드에서
매년 보던 등나무꽃
너무 잘 알아서...
많이 봐왔던 꽃이라...
단순히 그늘을 만들어 주는 역활로만 생각해
내 관심 밖의 꽃으로 전락했었는데
사진으로 등나무 꽃의 아름다움을 보고 말았다
그동안 꽃 사진을 많이 찍으면서도
등나무꽃은 찍지 않았는데
조롱조롱 이렇게 이쁜 꽃을 놓쳤었다니..ㅠ.ㅠ
등나무는 여름에 뙤약볕을 피해
그늘을 만들기 위해 흔히 심는 나무 덩굴로
꽃은 5월에 잎과 같이 피는데
올해는 모든 꽃들이 일찍 개화했듯
등나무 꽃도 4월에 꽃이 피었다
등나무 꽃은 언듯 보면 꽃 색만 다를 뿐
꽃 모양이나 밑으로 쳐져 조롱조롱 피는 모양이
영락없는 하얀 아카시 꽃이다
드디어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나만의 시간
일단 누군가 오기 전에 셀카봉을 설치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등나무 뒤 벽면에 그려진 벽화가
첫 번째 수변무대 벽화보다는 산뜻하고 유쾌했다
앉았다 일어났다
뒤돌았다 등꽃 한번 쳐다보고..
별의별 짓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등나무 꽃이 높게 달려 있어
늘어진 등나무꽃 사이 인물사진은 포기해야 했다
이리봐도 저리봐도
연두색과 보라색의 조화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보랏빛 꽃향기를 전하며 바람에 살랑살랑
♪ 그대 모습은 보랏빛 처럼 살며시 다가왔고~
라는 노래가 절로 생각나는 순간이다
은은한 꽃향기에 취하고
몽글몽글 보라빛 꽃망울에 취해
자리를 뜨기 싫었지만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아
나 홀로 등나무 꽃 출사를 마무리 지었다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는
이제 비둘기들이 주인이다
등나무 덩굴 옆 벽면에 새겨진 글귀
등나무꽃 꽃피는 시기 : 5월
등나무꽃 꽃말 : 환영. 사랑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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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에는
등나무 덩굴이 올려진 벤취가 많다
나무그늘이라 사람들이 모여있고
길가에 자리잡고 있어 먼지가 많아
등나무꽃을 보면서도
그닥 이쁘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인적이 드문 수변무대를 찾았는데
역시나 깨끗하고 산뜻했다
올해는 등나무 꽃을 꼭 담으리라
다짐했었는데 2% 부족한 상태였지만
다행히 소원을 이루었다
내년에는 더 부지런을 떨어
등나무 터널 전체를 보랏빛으로
장식한 모습을 담아봐야겠다
사진 - 아이리스
2021. 04. 27 - 올림픽공원 몽촌호 수변무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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